나는 지금 양곤Yangon 시내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 한 슐레 스퀘어Sule Square 앞 육교에 서 있다. 복잡한 도심과 슐 레 사원이 함께 내려다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들어맞았다. 남쪽 의 사거리를 내려다보니 양곤 도심 한가운데 금빛의 웅장한 슐 레 사원Sule Pagoda이 빛나고, 그 오른쪽에는 지어진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최신식 고층 건물이 솟아 있다. 사원 앞으로 내뻗은 도 로에는 외국에서 중고로 수입한 버스들이 분주히 오간다. 도로 양쪽으로는 식민지 시대에 지어졌을 법한 오래된 유럽풍 건물 이 늘어서 있다. 버마Burma 왕국 시대의 파고다, 영국 식민 시대 에 지어진 바로크 양식의 건물, 현대 도시의 분위기가 드러나는 고층건물,그사이를누비는자동차.사진한장에과거와현재의 미얀마를 담아본다. 시선을 돌려 아나라타로드Anawrahta Road 의 서쪽을 바라본다. 경적 소리가 끊이지 않고, 오래된 디젤 차량 이 매캐한 연기를 내뿜으며 지나간다. 차선이 무의미할 정도로 쉴 새 없이 뒤엉켜 흘러가는 자동차의 행렬은 언뜻 무질서해 보 이지지만 그 나름의 흐름을 유지한다. 나는 양곤의 모든 모습을 한자리에서본듯한느낌에휩싸여가만히서있었다.
도시와 건축에 관심이 많은 나는 새로운 장소와 마주할 때 건물들이 보여주는 점, 선, 면을 발견하곤 한다. 양곤 마하반둘라 Maha Bandula 공원 근처의 구도심을 거닐며 영국 식민 시대의 건물을 살펴본다. 유럽풍의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듯 보이는건물 곳곳에서 간간이 눈에 띄는 강렬한 원색 계열의 도장은 러 시아 건축을 떠올리게 한다.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낡은 유럽풍 건물들이보여주는색채가오묘하다.

서유럽에서 보던 잘 정비된 유명 관광지와 달리 건물 앞에 실타래처럼 얽힌 전깃줄이 인상적이다. 노란색, 갈색, 분홍색 외 벽과벽돌이20세기초 40여년동안미얀마를장악했던영국식 민지 시대에 지어진 건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. 영국 식 민지 시대의 건축물들이 정부 기관의 청사로 쓰인다. 비록 다큐 멘터리나 유튜브 영상으로만 보았지만 명동의 큰 사거리에 일제 강점기의 건물이 랜드마크로 자리한 모습을 찍은 1970년대 사 진,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인 조선총독부 건물이 1995년 허물 어지는 광경을 담은 영상이 머릿속에 떠오른다. 마치 2, 30년 전 서울로 돌아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,부산 동래구에서 운 행하던 8번 마을버스가 눈앞으로 지나간다. 다른 쪽에서는 부천 상동노선표지판이달린시내버스가달린다.
5년 전이나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돌아다니던 시내버 스가 도색도 표지판도 노선도도 바꾸지 않은 채 양곤 승객을 태 워 운행 중이다. 어떤 택시는 2 0 년도 더 된 일본 자동차다. 사람 들은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에서 복잡하게 뒤섞여 달리는 자동차 들 사이로 분주히 지나간다. 빛바랜 양곤의 옛 건물과 자동차들 이신선하고도정겹다.
